[여의도풍향계] 총선 한 달 앞으로…민심은 투표 직전까지 '출렁'
[앵커]
총선이 이제 한 달 앞으로 다가왔습니다.
이미 마음 속으로 지지정당을 결정하신 분들 많을텐데요.
하지만 역대 선거를 보면 직전까지도 결과를 장담할 수 없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준흠 기자가 이번 주 여의도풍향계에서 살펴봤습니다.
[기자]
총선까지 남은 한 달,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인데요.
숨 가쁘게 돌아가는 선거전의 특성상, 이 한 달 동안 많은 일이 벌어지곤 했습니다.
지난 20대 총선을 앞두고, 당시 집권여당이던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는 180석 이상을 얻어 압승하겠다고 공언했습니다.
실제 20대 총선을 한 달 앞둔 시점에서 최대 화두는 '야권 분열'이었습니다.
국민의당 돌풍 속에 20년만에 양당 구도가 깨지고 1여 다야 구도가 형성된 것입니다.
국민의당이 후보 단일화는 절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면서, 중도표가 갈라져 새누리당이 반사이익을 거둘거란 전망이 우세했습니다.
하지만 선거 막판, 분위기가 급변했습니다.
친박과 비박을 넘어, 친박 내에서도 '진박' 가리기 논란이 벌어질 정도로 계파 갈등이 폭발한 것입니다.
이를 보여준 가장 상징적인 장면, 김무성 대표가 공천장 날인을 거부하고 부산으로 내려간 일명 '옥새 파동'입니다.
"불공정하기 짝이 없는 공천, 사천, 밀실 공천에 불복하겠다는 말씀이 제 가슴에 비수로 꽂힙니다."
결국 '여론조사 무용론'이 나올 정도로, 예상을 뒤엎고 새누리당이 참패해 원내 제1당마저 빼앗겼습니다.
20대 총선과 달리 19대 총선 때는 '야권 연대'가 최대 이슈였습니다.
선거를 한 달 앞둔 시점에서 민주통합당 한명숙 대표와 통합진보당 이정희 대표가 손을 잡은 것입니다.
"이번 야권연대는 사실상 총선 승리만을 위한 것은 아닙니다. 앞으로 우리가 새 시대를 열어갈 새 구심점을 만드는 새 출발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진보 진영이 힘을 모은 데다, 새누리당에서는 전당대회 돈봉투 사건이 터지는 등 야권에 유리한 흐름이 이어졌습니다.
하지만 이번에도 공천 갈등이 대세를 뒤집었습니다.
구민주계와 친노, 계파간 갈등이 불거진 데다, 이정희 대표의 여론조사 조작 의혹이 불거지며 공천의 공정성에도 흠집이 났습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여성·노인 비하 발언으로 논란이 된 '나꼼수' 김용민 후보를 끝까지 밀어붙인 게 결정타가 됐습니다.
싸늘하게 돌아선 민심은 새누리당에 152석, 과반을 몰아주며 민주당에 경종을 울렸습니다.
19대와 20대 총선, 여야만 바뀌었을 뿐 비슷한 흐름이 되풀이 된 것입니다.
한 달 새 민심이 크게 요동쳤던 때로는 빼놓을 수 없는 게 2004년 17대 총선입니다.
선거를 한 달 앞두고, 당시 노무현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를 통과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물론 김대중 전 대통령이 만든 새천년민주당까지 함께 탄핵에 동참했습니다.
여야 의원들 간 격렬한 몸싸움 끝에, 야당 의원 195명 중 193명이 찬성해 탄핵소추안이 국회 문턱을 넘었습니다.
하지만 거센 역풍이 불기 시작했습니다.
분노한 국민이 거리로 뛰쳐나와 전국 각지에서 탄핵에 반대하는 촛불 시위를 벌였습니다.
"탄핵 무효! 탄핵 무효! 탄핵 무효!"
들불처럼 일어난 야권심판론은 총선으로 향했습니다.
여당인 열린우리당의 지지율은 개헌선인 180석까지 바라볼 정도였습니다.
"매일 마음을 비운다고 명상을 하는데…명상을 하다 보면 자꾸 명상이 기도가 됩니다."
하지만 선거 직전, 또 한차례 반전이 일어났습니다.
정동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60~70대 이상은 투표하지 않아도 괜찮다. 집에서 쉬셔도 된다"는 노인 폄하 발언에 선거판이 또 한 번 출렁인 것입니다.
열린우리당이 152석을 얻긴 했지만 당시 판세로 봤을 때는 기대만큼의 결과를 얻지 못했다는 평가입니다.
그렇다면 이번 선거 한 달 전 상황은 어떨까요?
민주당은 비례연합정당 참여, 통합당은 당내 공천 갈등으로 각각 논란에 휩싸였는데요.
세부적인 내용 차이는 있지만, 큰 틀에서 선거 구도의 지각 변동, 공천 갈등이라는 역사가 되풀이되는 모양새입니다.
다만 이번 선거에는 코로나19 사태라는 최대 변수가 있습니다.
선거 분위기가 침체된 건 물론 정치 신인들은 얼굴을 알리기조차 어려울 정도인데요.
'정권 심판'과 '야권 심판'이 맞서는 기존 구도를 유지한 채 정부의 코로나 사태 대응 평가, 낮은 투표율 등이 가늠자가 될 전망입니다.
"지금은 모두가 위기 대응에 한뜻을 모아야 합니다. 과감하고 신속한 재정 투입이 필요합니다."
"무조건 더 걷어서 더 쓸 생각을 하기보다는 덜 걷어서 민간에 돈이 돌 수 있도록 하는 것이 더 빠르고 정확한 방법입니다."
결국 이번 선거는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위기 대처 능력과 진정성을 평가하는 시험대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제 남은 시간은 한 달, 대한민국 정치에서 한 달은 강산이 여러번 바뀌고도 남을 시간입니다.
지금까지 여의도풍향계였습니다. (humi@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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